후덥지근한 장마가 시작되었다.
길가 여기저기 풀숲을 희고 노란색으로 수놓은 인동 꽃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인동 꽃은 여름의 문턱인 6월에 절정을 이루지만, 푸른 잎을 단채로 한 겨울을 힘겹게 이겨내는 모습에서 인동(忍冬)이란 이름을 얻었다. 우리이름으로는 겨우살이풀 또는 겨우살이덩굴이라고 불린다.
어린아이가 장난스럽게 혀를 내민듯한 독특한 모양의 꽃은, 처음엔 흰색으로 피었다가 하루 이틀 지나면 노란색으로 바뀌며 시든다. 때문에 한 다발의 인동덩굴 속에는, 갓 피어나 싱싱한 향기로 벌을 유혹하는 흰꽃과 수정의 임무를 마치고 임종을 기다리는 노란꽃이 뒤섞여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흰꽃과 노란꽃이 뒤섞인 인동덩굴을 바라보노라면 ‘생·노·병·사(生老病死)’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아 남다른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인동은, 남부지방의 경우 푸른 잎을 매단 채로 겨울을 나는 반상록성 덩굴식물이다.
풀로 생각하기 쉬우나 나무에 속한다. 줄기는 3~4m에 이르며, 계란모양의 잎은 붉은빛을 띤 가지에 마주보며 달린다. 줄기는 시계방향으로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간다. 황갈색 털이 밀생하며 속은 비어 있다.
꽃은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대개 두 개씩 피어난다. 흰색으로 피어 노란색으로 바뀌며 한 덩굴에 흰꽃과 노란꽃이 섞여 있어 흔히 금은화(金銀花)라고 불린다. 향기도 좋고 꿀도 많아 벌이 많이 모여든다. 열매는 가을철에 검은콩모양으로 달린다.
꽃봉오리와 흰꽃의 아랫부분이 유난히 붉은빛을 띠는 것이 있다. 관상용으로 개발된 붉은색 꽃의 ‘붉은인동’도 있다.
인동은 잎과 줄기, 꽃 등을 모두 약으로 이용한다. 해열, 해독 효과가 있고, 억균작용, 소염·진통작용, 항바이러스 작용 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은 약간 차고[微寒] 맛이 달며[甘] 독이 없다. 추웠다 열이 나면서 몸이 붓는 것과 열독, 혈리 등에 쓰며 오시(五尸)를 치료한다.
어느 곳에나 다 있는데 줄기는 붉은 자줏빛이며 오랫동안 묵은 줄기에는 엷고 흰 피막이 있다. 갓 나온 줄기에는 털이 있으며 흰 꽃의 꽃술은 자줏빛이다. 음력 12월에 뜯어다 그늘에서 말린다.
이 풀은 덩굴로서 늙은 나무에 감겨 있는데 그 덩굴이 왼쪽으로 나무에 감겨 있으므로 좌전등(左纏藤)이라 한다. 겨울에도 잘 시들지 않기 때문에 또한 인동초(忍冬草)라고도 한다. 꽃은 누른 것과 흰 것의 2가지가 있으므로 또한 금은화(金銀花)라고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으로써 옹저 때 열이 몹시 나고 번갈증이 나는 것과 감기 때 땀을 내어 표(表)를 풀어 주는 데 써서 다 효과를 본다.’ 고 적고 있다.
인동꽃, 즉 금은화는 굳이 약재로서가 아니어도 은은한 향이 좋아 차(茶)로서 이용해도 된다. 그늘에서 말린꽃을 뜨거운 물에 우려내어 마시거나, 다른 차에 활짝 핀 생화(生花)를 띄워 그 향기만을 취해도 된다.
인동은 크게 토양을 가리지 않고 잘 자라므로 집에 울타리나 담장이 있다면 한 번 키워보기를 권한다. 발근율이 높아 3~9월까지 일반 노지에서도 삽목이 가능하다고 한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7.06.2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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