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에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신불산의 억새능선을 산행하다 보니 억새 숲 사이사이 이곳저곳에서 마치 숨바꼭질하듯 자줏빛 파아란 꽃을 적게는 하나에서 많게는 수십 개씩 매단 용담과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집 마당 한편에도 지난해 어느 농가 산자락에서 얻은 용담이 소담하게 피어 가을 언저리를 파랗게 물들이고 있다. 야생의 것은 줄기가 길게 자라 꽃이 피는 시기에 옆으로 눕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5~6월경, 30-40㎝정도 자랐을 때 순따주기를 해주면 낮은 키에 많은 꽃을 볼 수가 있다.
용담(龍膽)은 용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비교적 고산지의 볕이 드는 풀밭에서 잘 자라며, 높이는 20∼60cm로 줄기에 4개의 가는 줄이 있다. 잎은 마주나고 자루가 없으며 바소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3개의 큰 맥이 있다.
8∼10월에 파랑색에 가까운 자줏빛 꽃이 종 모양으로 잎겨드랑이나 가지 끝에 달린다. 개화할 때는 하늘색에 가까우나 점차 자주색으로 변한다. 통꽃이나 꽃부리는 5갈래로 갈라지며 점 같은 돌기가 많이 난다. 화관에는 1개의 암술과 5개의 수술이 들어 있다.
열매는 삭과로 시든 화관 안에서 11월에 익는다. 씨앗은 넓은 바소꼴로 양 끝에 날개가 있다. 뿌리는 근경이 짧은 반면 굵은 뿌리가 많이 뻗어 자란다.
우리나라에는 약 18종의 용담과 식물이 있다. 구슬붕이는 주로 봄에 꽃을 피우고 용담은 가을에 꽃을 피운다. 잎이 크고 대형인 큰용담·칼잎용담과 잎이 가늘고 습지에서 자라는 진퍼리용담, 북부 지방에서 자라는 키 작은 비로용담, 울릉도와 제주도에서 자라는 덩굴성의 덩굴용담 등이 있다. 흰그늘용담이나 흰비로용담은 꽃이 흰색이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용담이라고 하여 고미건위제(苦味健胃劑)로 사용한다. 용담(龍膽)이란 이름은 그 맛이 곰쓸개인 웅담보다 더 쓰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뿌리에는 고미배당체(苦味配糖體)인 gentiopicrin, 알칼로이드인 gentianine 등이 함유되어 있어서 맛이 매우 쓴데 침과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장의 연동운동을 높여 식욕을 왕성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또한 열을 내리고 염증을 삭이는 효과가 있다. 특히 간에 열이 성할 때 열을 내리는 작용이 탁월하다고 한다.
소화불량이나 위액이 너무 적게 나올 때, 밥맛이 없을 때, 고혈압, 류머티스 관절염 등에는 용담 뿌리를 하루 2∼6그램을 달여 여러 번 나누어 먹거나 뿌리를 말려서 가루 내어 먹는다.
「동의보감」에는 용담(龍膽)에 대해,
‘성질은 몹시 차고[大寒] 맛이 쓰며[苦] 독이 없다. 위(胃) 속에 있는 열과 돌림온병[時氣溫]과 열병, 열설(熱泄), 이질 등을 치료한다. 간과 담의 기를 돕고, 놀라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멎게 하며 골증열[骨熱]을 없애고 창자의 작은 벌레를 죽이며 눈을 밝게 한다.
○ 뿌리는 누르스름한 빛인데 10여 가닥으로 쭉 갈라진 것은 쇠무릎(우슬)과 비슷하며 쓰기가 담즙[膽] 같으므로 민간에서 초룡담(草龍膽)이라 한다. 음력 2월과 8월, 11월과 12월에 뿌리를 캐어 그늘에서 말린다. 뿌리를 캐어 구리칼로 가는 뿌리와 흙을 긁어 버리고 감초 달인 물에 하룻밤 담갔다가 볕에 말려 쓴다. 이 약은 빈속에 먹지 말아야 한다. 먹으면 오줌을 참지 못한다[본초].
○ 하초(下焦)의 습열에 주로 쓰며 눈을 밝게 하고 간을 시원하게 한다[의감].
○ 반드시 눈병에 쓰는 약이다. 술에 담그면 약 기운이 위[上]로 가는데 허약한 사람은 술로 축여 거멓게 볶아 써야 한다[탕액].’ 고 적고 있다.
용담을 번식시키려면 10~11월에 성숙된 열매를 채취하여 직파하거나 저온에 저장하였다가 3~4월에 파종한다. 또는 9~10월에 포기를 나누어 근주당 2~3개정도 눈을 붙여서 나누어 심는다. 5월 중순 새싹을 7-8㎝로 잘라 삽목해도 된다.
비교적 잘 자라지만 토양선충의 피해로 연작이 어렵다고 한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7.11.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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