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장에 나가보니 봄나물이 많이 나와 있다. 늘어놓은 나물 중에 씀바귀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냉이며 달래, 쑥부쟁이, 고들빼기는 비교적 흔한 반면 씀바귀는 참 드문 경우라 사진에 담고는 한 봉지를 사왔다. 살짝 데친 다음 초장과 들기름, 깨소금, 매실엑기스를 넣고 버무렸더니 나름 맛난 나물반찬이 되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쓴맛이라면 지레 인상을 찌푸리기 마련이지만 씀바귀의 쓴맛은 참 묘하게도 입맛을 더욱 다시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민들레나 고들빼기와 달리 씀바귀는 아직까지는 재배 농가가 소수인 것 같다. 민들레가 건강식품으로, 고들빼기가 김치용으로 수요가 많은 데 비해 씀바귀는 아직 이렇다 할 수요처가 개발되지 않은 이유가 클 것이다. 민들레나 고들빼기도 쓰기는 마찬가지인데 왜 그럴까. 아마도 민들레처럼 잎이 무성하지도 않고 고들빼기처럼 쪽 곧은 굵은 뿌리가 나는 것도 아니어서 일게다. 그래도 나물로서의 씀바귀의 가치는 민들레나 고들빼기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아 보인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씀바귀는 그 쓴맛 때문에 고채(苦菜), 쓴귀물, 씸배나물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줄기를 자르면 하얀즙이 나오는데 쓴맛이 난다. 뿌리에서 나는 잎은 거꾸로 된 버들잎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이빨모양의 톱니가 있다. 대부분 꽃이 필 때까지 남아 있다. 줄기에 달리는 잎은 바소꼴이다. 4~7월에 노란색 꽃이 가지 끝에 산방꽃차례로 달린다. 꽃은 5~7개의, 꽃잎처럼 보이는 설상화(舌狀花)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끝이 톱니처럼 얕게 갈라져 있다. 수술 아랫부분은 검은 색을 띠어 온전히 노란색인 고들빼기와 차이를 보인다.
개중에는 노란꽃이 아닌 흰꽃을 피우는 흰씀바귀도 있다. 그 외에 선씀바귀, 벌씀바귀, 좀씀바귀 등이 있다. 산 가장자리에 주로 자라는 선씀바귀는 씀바귀에 비해 설상화 개수가 23~27개로 많다. 선씀바귀는 자주색을 띤 흰꽃을 피우는데 노랑꽃이 달리는 노랑선씀바귀도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벌씀바귀는 새끼손톱만한 작은 노란꽃을 피운다. 잎이 닻모양으로 줄기를 감싸고 있어 다른 씀바귀와 구별된다. 좀씀바귀는 잎이 달걀모양이다.
씀바귀는 대표적인 봄나물의 하나이다. 미각을 돋우고 까칠해진 입맛을 되살아나게 하는데 쓴맛이 제격이다. 뿌리 채 캐어 살짝 데쳐 나물로 무쳐 먹는다. 쓴맛이 부담스러우면 찬물에 오랫동안 우려내어 먹는다. 비타민 A, B1, 철분이 풍부하다.
연구에 따르면 씀바귀는 항스트레스, 노화방지, 피로를 억제하는 항산화 효과 등 성인병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면역증강, 항암에 뛰어난 알리파틱(aliphatic)과 노화억제, 항산화 기능을 지닌 시나로사이드(synaroside)와 같은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 ⓒ www.jadam.kr 2010-02-24 [ 유걸 ] 선씀바귀(좌상)와 노랑선씀바귀(좌하), 벌씀바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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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서는 씀바귀, 고채(苦菜)에 대해,
‘성질이 차고 맛이 쓰며 독이 없다(독이 약간 있다고도 한다). 5장의 사기와 속의 열기를 없애고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키며 잠을 덜 자게하고 악창을 낫게 한다. 밭이나 들에 나며 겨울에도 죽지 않는다. 일명 유동(遊冬)이라고도 한다. 잎은 들부루와 비슷하면서 가는데 꺾으면 흰진[白汁]이 나온다. 꽃은 국화처럼 노랗다. 음력 3월 3일에 캐어 그늘에서 말린다. 줄기에서 나오는 흰 진을 사마귀에 바르면 사마귀가 저절로 떨어진다.’고 기록하고 있다.
 | ⓒ www.jadam.kr 2010-02-24 [ 유걸 ] 씀바귀 어린순(좌)과 고들빼기/씀바귀 뿌리 비교(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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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인근 밭과 길가로 나가면 여러 봄나물과 뒤섞여 겨울을 나고 있는 씀바귀의 어린순을 만날 수 있다. 씀바귀의 어린순은 잎이 가늘고 어두운 보라색에 가깝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때문에 다른 나물에 비해 좀 더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씀바귀 뿌리는 민들레나 고들빼기와 달리 여러 가닥의 가느다란 뿌리로 이루어져 있다. 씀바귀와 같이 나물로 많이 이용되는 벌씀바귀는 비교적 뿌리가 곧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0.02.2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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