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가에 심어둔 화살나무에 곱게 물들었던 붉은 단풍이 하나 둘씩 떨어져 이제는 거의 나신을 드러내고 있다. 잎이 무성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얼기설기 엉킨 가지들이 무척 거칠고 억센 느낌을 자아낸다. 가지마다 화살나무임을 상징하는 코르크질의 날개가 화살 깃 모양으로 붙어 있어 이것이 화살나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화살나무는 노박덩굴과 화살나무속에 속한 관목으로 전국 각처의 야트막한 산에서 흔하게 자생한다. 보통 1~2m 높이이지만 3m 정도까지 자라기도 한다. 잿빛 코르크질 날개가 화살 깃 모양으로 잔가지에 2∼4줄로 붙어 있다. 짧은 잎자루에 마주달리는 잎은, 타원형 또는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5월경 잎겨드랑이에 황록색 꽃이 2~3개씩 달린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각각 4개씩이고 씨방은 1∼2실이다. 사촌격인 사철나무의 꽃처럼 수수하고 담백하여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반면 10월경에 달리는 열매는 붉은색으로, 붉은 과피가 익어 두 조각으로 벌어지면 둥글납작한 주홍색 종자가 탐스럽게 대롱대롱 매달린다. 씨앗을 멀리 퍼뜨려줄 새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먹잇감으로 보일 것이다.
산에는 화살나무와 닮은 나무들이 많다. 사철나무를 비롯하여 회잎나무, 참빗살나무, 회나무 등이 있고 그 유사종이 또한 여럿 있다. 그 중에서 다른 것은 화살나무와 같고 다만 잔가지에 날개가 없는 것을 회잎나무라고 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화살나무를 참빗나무 또는 참빗살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참빗살나무는 높이 8m 정도까지 자라고, 가지에 날개 없으며, 열매 모양이 둥근 사각모양으로 과피가 4조각으로 갈라져 화살나무와 구분된다.
민간에서는 화살나무 어린잎을 나물로 무쳐 먹거나 잘게 썰어 밥을 지어 먹기도 하며, 날개 부분은 검게 태워 가시를 빼는데 쓰기도 하였다. 붉은 단풍이 아름다워 조경용으로도 많이 이용한다. 최근에는 항암효과가 있다 하여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한방에서는 가지에 붙은 날개를 귀전우(鬼剪羽) 또는 위모(衛矛)라고 하여 약재로 이용한다.
| ⓒ www.jadam.kr 2008-11-23 [ 유걸 ] 2조각으로 벗겨진 화살나무 열매(좌)와 둥근사각모양의 참빗살나무 열매(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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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서는 위모(衛矛)에 대해,
‘성질은 차며[寒] 맛은 쓰고[苦] 독이 없다(독이 조금 있다고도 한다) 고독, 시주, 중악으로 배가 아픈 것을 낫게 한다. 사기나 헛것에 들린 것, 가위 눌리는 것을 낫게 하며 뱃속에 있는 충을 죽인다. 월경을 잘하게 하며 징결을 헤치고 붕루, 대하, 산후어혈로 아픈 것을 멎게 하며 풍독종(風毒腫)을 삭히고 유산시킨다.
일명 귀전(鬼箭)이라고도 하는데 곳곳에서 난다. 그 줄기에 세 개의 깃이 달려 모양이 화살깃 비슷하다. 음력 8월, 11월, 12월에 베어 껍질과 깃을 벗겨서 쓴다. 민간에서는 태워서 좋지 못한 기운을 없앴다.’고 적고 있다.
| ⓒ www.jadam.kr 2008-11-23 [ 유걸 ] 가지에 붙은 날개를 위모(衛矛)라고 하여 약재로 이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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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학사전」에서도 위모(衛矛)에 대해서,
‘낙엽성 관목인 화살나무 가지에 붙은 코르크이다. 화살나무는 각지의 낮은 산에서 널리 자란다. 아무 때나 어린 가지에 붙은 날개 모양의 코르크만을 떼어내어 햇볕에 말린다.
맛은 쓰고 성질은 차다. 간경(肝經)에 작용한다. 혈(血)을 잘 돌게 하고 어혈(瘀血)을 없애며 생리를 잘 통하게 하고 뱃속에 있는 벌레를 죽인다. 약리실험에서 주요 성분인 싱아초산나트륨이 혈당량 감소작용을 나타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주로 월경이 없는 데, 징가(癥瘕:자궁근종), 산후어혈로 인한 복통, 기생충으로 배가 아픈 데 등에 쓴다. 하루 6∼9g을 달인 약, 알약, 가루약 형태로 먹는다. 임신부에게는 쓰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11.2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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