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물 뜨러 오르는 아침 길가에 추운 겨울에도 아랑곳없이 광나무 몇 그루가 싱그럽게 줄지어 서 있다. 갓 심겨진 2년 전에는 돌투성이 길가에서 살 지 여부조차 불투명해 보이더니 그 사이 부쩍 자라 나무마다 까망 열매들을 주절이 주절이 매달고 있다. 남해안 해안가나 섬 바위투성이의 험난한 곳에 억척스럽게 자생하던 습성이 살아있어서인지 참 생존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 ⓒ www.jadam.kr 2008-12-20 [ 유걸 ] 겨울철 검은 열매를 주절이 주절이 매달고 있는 광나무 |
|
광나무는 전라남도, 경상남도 이남의 바닷가 산기슭에서 주로 자생한다. 같은 속의 쥐똥나무가 겨울에는 잎이 떨어지는 것과 달리 광나무는 사철 푸른 잎을 달고 있다. 높이 3∼5m까지 자란다. 마주 달리는 잎은 달걀 모양 긴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다. 동백 잎처럼 윤기가 있고 질기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유사종으로 잎이 촘촘하게 달리며 약간 원형으로서 잎자루가 짧은 둥근잎광나무와 제주 산지에서 드물게 자라는 제주광나무가 있다.
| ⓒ www.jadam.kr 2008-12-20 [ 유걸 ] 잎은 달걀 모양 긴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동백 잎처럼 윤기가 있다 |
|
여름이 되면 새로 자란 가지 끝에서 자잘한 흰색 꽃이 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작은 꽃은 길이 5∼6mm이며 수술은 2개이다. 라일락꽃처럼 향기가 좋다. 열매는 쥐똥을 닮았다. 길이 8∼10mm이며 늦가을에 자줏빛을 띤 검은색으로 익는다. 겨울 내내 달려 있어 새들에게 좋은 먹이가 된다.
맹아력이 강해 쥐똥나무가 중부지방에서 울타리용으로 많이 이용되듯이 광나무는 남부지방에서 많이 심겨지고 있다.
한방에서는 광나무를 여정목(女貞木)이라고 부르며 그 열매를 여정실(女貞實) 또는 여정자(女貞子)라고 한다. 반면 쥐똥나무는 남정목(男貞木), 그 열매는 남정실(男貞實)이라고 한다.
광나무는 열매뿐만 아니라 뿌리, 잎, 껍질 모두 약재로 사용한다. 열매는 대개 술에 담가 먹거나 말려 가루를 내어 먹는다. 오래 먹으면 간과 신의 음을 보하여 정기가 좋아지고 뼈와 근육이 강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동의학사전」에서는 여정자에 대해서,
‘여정자(女貞子)는 광나무 열매, 여정실이라고도 한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성 소교목인 광나무와 둥근잎광나무의 익은 열매를 말린 것이다. 광나무는 우리나라 남부에서 자란다. 가을에 익은 열매를 따서 햇볕에서 말린다. 맛은 쓰고 달며 성질은 평하다. 간경, 신경에 작용한다. 간과 신의 음을 보하고 허리와 무릎을 튼튼하게 하며 눈을 밝게 한다.
| ⓒ www.jadam.kr 2008-12-20 [ 유걸 ] 빨리 크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며 겨울에도 푸른잎을 달고 있어 울타리용으로 많이 심겨진다 |
|
약리실험에서 성분 올레아놀산이 간보호작용, 강심작용, 이뇨작용, 백혈구증가작용을 나타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간, 신의 음이 허하여 어지러운 데, 요슬산통, 이명, 시력장애, 머리칼이 일찍 희어지는 데 등에 쓴다. 신경쇠약, 시신경염, 중심성 망막염, 조기백내장 등에도 쓴다. 하루 5~10그램을 물로 달이거나 환을 짓거나 약엿 형태로 먹는다. 달인 물을 눈에 넣기도 한다.’ 고 적고 있다.
사는 곳이 남부지방이라면 울타리용으로 광나무를 심어보는 것은 어떨까. 빨리 크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며, 가지를 쳐줄수록 촘촘하게 새순이 나오고 겨울에도 푸른잎을 달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여름엔 꽃향기가 좋아 벌들을 불러들일 수 있고, 그 열매는 약재로 이용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가 아닌가.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12.20 20:49
<저작권자 © 자닮,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산야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