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풀꽃이 귀한 요즘에 집주변 텃밭이나 길가에서 그래도 심심찮게 마주치게 되는 것이 광대나물 꽃이다. 복수초나 노루귀나 바람꽃처럼 이즈음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쟁하듯 피어나는 예쁜 꽃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들을 보려면 서식지를 찾아 나서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만 한다. 야생화에 푹 빠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손사래를 칠 일이고 보면, 광대나물 꽃은 그래서 나름 각별하다고 하겠다.
그런데도 너무 흔해서일까. 사진 몇 장 찍어 본 것으로 다 알았다는 듯이 관심 밖에 두고 있던 터였다. 얼마 전 누가 텔레비전에서 이 풀도 나물로 먹더란 이야기를 하니 나름 새로운 관심이 돋아났다. 예전에는 구례장에 가도 달래나 냉이에 더해 원추리며 쑥이며 쑥부쟁이나물만 보이더니 이번에는 광대나물을 담은 바구니가 여럿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름에 나물이 들어가 있으니 나물로 먹고 나물로 파는 것이 하등 신기해야할 일도 아니건만...
광대나물은 길가, 빈터, 밭 등 볕이 잘 드는 곳이면 어디서든 자생하는 풀이다. 봄에 꽃을 피우고 여름에 열매를 맺어 다음해에 다시 새싹을 내는 한해살이지만, 따뜻한 남녘에서는 냉이처럼 늦가을이나 겨울에 싹을 내어 월동을 하고 봄에 꽃을 피우는 두해살이가 되기도 한다. 더러는 볕이 잘 드는 곳에선 늦가을이나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것을 보았다.
| ⓒ www.jadam.kr 2009-03-15 [ 유걸 ] 남녘 양지바른 곳에선 12월에도 꽃을 피우는 경우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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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나물은 뿌리 부근에서 여러 갈래줄기가 나오고, 네모난 줄기 마디마다 층을 이뤄 잎이 마주 달린다. 아랫잎에는 잎자루가 있지만 위엣잎은 잎자루 없이 줄기를 감싼다. 잎에는 털이 빼곡하고, 가장자리에 둥근 주름이 있다. 어찌 보면 방석 같고, 어찌 보면 아름답게 조각한 불상 받침 같다. 그 잎겨드랑이에서 돌려가며 붉은색 꽃이 핀다.
대부분의 꿀풀과 식물이 그렇듯이 광대나물 꽃도 긴 대롱모양으로 생겼다. 윗입술꽃잎에는 가시 같은 잔털이 나 있고, 그 안에 4개의 수술이 두 눈처럼 붙어 있다. 혀를 내민듯한 아랫입술꽃잎은 2갈래로 길게 갈라져 있는데, 보통은 연붉은색이지만 더러 얼룩무늬가 있는 것도 있다. 광대나물은 종종 꽃잎이 벌어지지 않는 닫힌 꽃을 피워 곤충의 도움 없이 자기꽃가루받이를 통해 씨앗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열매는 3개의 능선이 있는 달걀 모양이며 전체에 흰 반점이 있고 여름철에 익는다. 재미있는 것은, 광대나물 씨앗에는 엘라이오좀(Elaiosome)이라고 하는 방향체가 붙어 있어, 이를 좋아하는 개미가 씨앗을 물어 제집까지 이동하면서 자연스레 씨앗을 퍼뜨린다는 점이다. 우리가 잘 아는 제비꽃이나 얼레지, 애기똥풀 등도 이처럼 부지런한 개미의 도움을 받아 씨앗을 퍼뜨리는 풀들이다.
광대나물이란 이름은 아무래도 꽃을 매달고 있는 모습이 광대를 연상시키는 때문이리라. 꽃을 떼어 그 끝을 입에 물면 달콤한 꿀향이 느껴진다. 나물 맛은 어떨까. 인근 밭에서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어린 것을 한 움큼 뜯어와 데쳐서는 갖은양념을 해서 나물로 무쳐 보았다. 입맛을 확 잡아당기는 독특한 맛은 없지만 봄 한철 계절나물로서는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간에서는 풀 전체를 토혈과 코피를 멎게 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풍사를 몰아내고 경락을 통하게 하며 부종을 내리고 통증을 그치게 하는 효과가 있어 근골동통, 혈액순환, 수족마비, 사지의 마비, 타박상, 나력을 치료하는데 이용한다’고 한다. 중국에서 펴낸 「중약대사전」에서는 광대나물을 이용한 림프절 결핵 치료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9.03.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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