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장마 끝에 모처럼 펼쳐진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방아잎 꽃차례가 싱그럽다. 향기가 폴폴 배어나는 것 같다. 벌과 나비가 분주히 꽃차례를 넘나든다. 근처를 지날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꽃차례에 코를 대고 향기를 맡아보기도 하고, 잎을 떼어 깨물어 향을 맛보기도 한다. 아직도 방아잎을 넣어 만든 김치 맛엔 익숙하지 않지만 그 향만큼은 친숙하게 다가온다.
이곳 하동에서 흔히 방아잎, 방애잎으로 불리는 배초향은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텃밭에 재배되기도 하고 풀밭에서 자연적으로 자라기도 한다. 전국에 분포하며 볕이 잘 드는 곳이면 높은 산 정상에서도 발견된다. 여름이 되면 한껏 키를 키운다. 다 자라면 키가 1m에 이르고 줄기 윗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마주 달리는 잎은 끝이 길게 뾰족하고 아랫부분은 둥글거나 심장모양이며, 가장자리에 뭉툭한 톱니가 있다.
야생꽃이 드문 여름철 한껏 키워낸 가지 끝마다 연보라색 꽃차례를 피워 올린다. 5~15cm 정도 되는 둥근 막대 모양의 꽃차례에 자잘한 꽃들이 모여 핀다. 꽃받침은 끝이 갈라져 뾰족하다. 수술 4개 중 두 개가 길게 꽃 밖으로 벋어 나와 있다. 여기에 꽃이 성글게 달려서인지 꽃차례는 다소 거칠어 보인다. 그만큼 야생의 멋이 살아있다.
방아잎으로 불리어지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배초향의 쓰임새는 주로 잎에 있다. 꽃뿐만 아니라 잎에서도 독특한 방향성 향이 난다. 전형적인 토종 허브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선 여름철 별미로 먹게 되는 영양탕이나 매운탕, 추어탕 등에 향신료로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고기를 구워먹을 때도 깻잎 대신 싸서 먹으면 좋고 생선회와 곁들어 먹어도 좋다.
부치거나 튀겨 먹기도 하고 김치 담글 때 넣기도 한다. 잘 말려 차로 만들어 마셔도 좋다. 북한에서는 간장과 된장의 향료로 이용하는데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또 꽃이 아름다우니 집안에서 관상용으로 가꾸며 이용해도 안성맞춤이다. 또한 꽃 속에 꿀이 많이 들어 있어 주요 밀원식물 중 하나이다. 한방에서는 전초 말린 것을 곽향(藿香)이라 하여 약재로 이용한다.
안덕균의 「한국본초도감」에서는 곽향(藿香)에 대해서,
‘맛은 맵고 성질은 약간 따뜻하다. 습이 비위에 정체된 것을 치료하므로 복부창만,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토, 설사, 설태가 두껍게 끼는 증상을 다스린다. 특히 소화 장애가 따르는 감기로 가슴이 답답하고 메스꺼운 증상 및 발열, 두통, 구토, 설사, 몸이 나른한 증상에 유효하다. 여름철의 구토, 설사에 신통력이 있으며, 차로 항상 복용하면 더위를 잊게 한다. 옴이나 버짐(특히 손, 다리)에는 달인 물에 환부를 30분간 담가 치료한다. 입 안에서 구취가 날 때에는 약물 달인 물로 양치질을 하면 제거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사전」에서는,
‘여름에 꽃이 필 때 전초를 베어 그늘에서 말린다. 맛은 맵고 성질은 약간 따뜻하다. 폐경, 비경, 위경에 작용한다. 땀이 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하며 비위의 기능을 강하게 하고 서습(暑濕)을 없애며 구토를 멈춘다. 약리실험에서 위액분비촉진작용, 약한 발한작용을 나타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서습증, 여름감기, 식욕부진, 소화장애,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에 쓴다. 하루 6~12그램을 물로 달여 먹거나 환을 짓거나 가루내어 먹는다. 외용약으로 쓸 때는 거멓게 볶아 가루내어 기초제에 개어 붙인다. 달인 물로 양치하기도 한다.’고 적고 있다.
재배는 종자나 삽목으로 가능하다. 삽목의 경우 4월 중순 정도에 어린가지를 15cm 길이로 잘라 윗부분 3개의 잎을 남겨두어 심고, 종자의 경우 가을 또는 봄에 파종한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9.08.0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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