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암차즈기는 그 본래의 이름보다는 곰보배추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겨울과 이른 봄철, 생긴 모양은 봄동 배추와 닮았으나 그 보다 크기가 작고 표면이 매우 올록볼록하게 얽어있어 곰보배추라는 이름이 생겼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문둥이배추 또는 못난이배추라고도 부른다.
배암차즈기란 이름은, 농가에서 재배하는 차즈기(또는 차조기)와 외형이 유사하고 꽃 모양이 마치 뱀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 같아 붙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배암차즈기는 꿀풀과의 두해살이풀이다. 대표적인 두해살이식물인 달맞이꽃이나 냉이처럼, 여름철 땅에 떨어진 종자에서 싹이 나서 지면에 붙어 겨울을 나고는, 이듬해 봄에 키를 키워 꽃을 피운다. 한겨울 눈 속에서도 푸른 잎을 볼 수 있다 하여 설견초(雪見草), 과동청(過冬靑)이라고도 한다.
같은 속에 속하면서 유사한 이름을 가진 것으로서, 노란 꽃을 피우는 참배암차즈기와 잎이 둥글게 생긴 둥근배암차즈기가 있다
배암차즈기는 주로 남부지방의 논밭두렁, 묵밭, 다소 습한 도랑가나 시냇가의 황폐한 땅에서 자란다. 배추형태로 겨울을 나서는 봄이 되면 줄기를 곧게 세우고 30-9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네모지고 잔가지가 많다.
줄기에 달리는 잎은 마주나고 주름이 많으며 긴 타원형이고 길이 3∼6cm이다.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와 잔털이 있다.
꽃은 5∼7월에 연한 보라색으로 핀다. 길이 4∼5mm이고, 가지 끝의 잎겨드랑이에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꽃차례는 길이 8∼10cm이며 짧은 털이 빽빽이 난다. 화관(花冠)은 입술 모양으로 2개의 수술이 있다. 열매는 갈라지며 넓은 타원형이다. 씨앗은 바람에 날릴 정도로 매우 잘다.
뿌리는 배추뿌리를 닮았으나 잔뿌리가 더 많다. 잎 밑면과 꽃잎에는 선점(腺點)이 있어 다소 비릿하면서 역겨운 냄새가 난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중 의술에 대해 다룬 <금료소초(金蓼小抄)> 에는,
‘치질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변을 본 후 감초 끓인 물로 항문을 씻은 후 오배자와 여지초(荔枝草) 두 가지 약을 사기 냄비에 달인 물로 씻는다. 여지초의 다른 이름은 나하마초(癩: 문둥병나 蝦: 두꺼비하 蟆: 두꺼비마 草: 풀초)로서 사철 언제나 있다. 면은 푸르고 안쪽은 희고 얽은 구멍이 더덕더덕 있으면서 괴상한 냄새를 피우는 것이 이풀이다.’ 고 기록하여 여지초(荔枝草), 즉 곰보배추가 약초로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토종 약초연구가 최진규씨는 곰보배추에 대해,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며 온갖 균을 죽이는 작용이 있다. 맛은 맵고 쓰며 성질은 평하거나 서늘하며 독이 없다.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혈액을 맑게 하며 몸 안에 있는 독을 풀고 기생충을 죽이는 효능이 있다. 혈뇨, 피를 토하는 데, 자궁출혈, 복수가 찬 데, 소변이 뿌옇게 나오는 데, 목구멍이 붓고 아픈 데, 편도선염, 감기 옹종, 치질, 자궁염, 생리불순, 냉증, 타박상 등에 좋은 치료효과가 있다.’ 고 한다.
곰보배추를 약으로 쓰게 된 유래에 대해 최진규씨는,
‘경북 예천에 약초를 써서 갖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권씨 성을 가진 할아버지가 있다. 권 옹이 즐겨 쓰는 약초 중에 해소나 기침, 천식 등 모든 종류의 기침을 똑 떨어지게 고치는 약초가 있으니 이 풀을 권 옹은 곰보배추 또는 만병초(萬病草)라고 부른다. 이 풀로 권 옹은 기침환자를 꽤 여럿 고쳤다.’고 적었다.
계절에 상관없이 아무 때나 한 광주리쯤 뿌리째 뽑아 푹 달여서 그 달인 물로 막걸리를 담가서 먹으면 된다고 한다. 막걸리를 담가 먹기가 귀찮으면 그냥 물로 달여 먹어도 된다. 곰보배추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싫은 사람은, 잘게 썰어 설탕과 버무려 발효시켜 먹으면 좋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03.0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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