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뒷산 물 뜨러 오르는 길 무덤가에 할미꽃이 피어있다. 시골 꼬부랑 할머니처럼 꽃은 땅을 향해 한껏 구부리고 있다. 아침햇살을 받아 털이 하얗게 빛난다. 이제 꽃을 달기 시작한 것이 있는가 하면 곧게 솟은 꽃대에 열매를 매단 것도 있다. 할미꽃 열매는 백발을 풀어헤쳐놓은 듯하다. 할미꽃을 노고초(老姑草) 또는 백두옹(白頭翁)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할미꽃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산과 들의 양지쪽에서 자란다. 예전에는 흔하게 볼 수 있었으나 요즘에는 무덤가에서나 가끔 볼 수 있다. 봄이 되면 곧게 박힌 굵은 원뿌리에서 잎이 뭉쳐 나와 비스듬히 퍼진다. 잎은 잎자루가 길며 5개의 작은 잎으로 이루어진 3출겹잎이다. 작은잎은 다시 3갈래로 깊게 갈라진다. 전체에 흰 털이 빽빽이 나서 흰빛이 돈다.
붉은빛을 띤 자주색 꽃이 3~5월에 핀다. 주로 아래쪽을 향하여 달린다. 꽃은 종모양이며, 꽃잎은 6개이고 안쪽에 노란 꽃밥이 많이 들어있다. 수정이 이루어지고 꽃이 질 때면 밑을 향해 휘어있던 꽃대는 곧게 서서 열매를 매단다. 열매는 수과로서 긴 달걀 모양인데, 긴털을 달고 있어 마치 백발머리처럼 보인다. 열매를 매단 꽃대가 곧게 서고 열매에 긴 털이 달리는 것은 씨앗을 조금이라도 더 멀리 퍼뜨리기 위한 전략이다.
우리나라에는 할미꽃 외에도 가는잎할미꽃, 노랑할미꽃, 분홍할미꽃, 동강할미꽃 등이 자생하고 있다.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 동강 유역에만 서식하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동강할미꽃은 다른 할미꽃과 달리 꽃이 하늘을 향해 핀다. 꽃 색도 자주색, 홍자색, 분홍색, 흰색 등으로 다양하며 매우 아름다워 보존가치가 높은 식물이다.
| ⓒ www.jadam.kr 2008-04-14 [ 유걸 ] 동강에서 만난 할미꽃, 동강할미꽃은 아니지만 할미꽃과도 조금은 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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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서는 백두옹(白頭翁, 할미꽃뿌리)에 대해서,
‘성질은 차고[寒] 맛은 쓰며[苦] 조금 독이 있다. 적독리(赤毒痢)와 혈리(血痢)에 많이 쓰며 목에 생긴 영류, 나력을 낫게 하며 사마귀를 없애고 머리가 헌것을 낫게 한다.
일명 호왕사자(胡王使者)라고도 하는데 곳곳에 있다. 그 싹은 바람이 불면 가만히 있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움직이는 것이 천마싹(赤箭)이나 땃두릅(독활)과 같다.
줄기 끝에 1치 남짓한 희고 가는 털이 있어 흩어져 드리운 것이 마치 할아버지의 흰 머리털과 비슷하기 때문에 백두옹이라 한 것이다. 음력 8월에 뿌리를 캐 햇볕에 말린다[본초].’ 고 적고 있다.
동의학사전」에서는,
‘할미꽃은 각지의 들판과 산기슭의 양지쪽에서 자란다. 봄부터 가을 사이에 뿌리를 캐서 잔뿌리를 다듬어 버리고 물에 씻어 햇볕에 말린다. 맛은 쓰고 성질은 차며 독이 있다. 위경, 대장경에 작용한다. 열을 내리고 해독하며 혈열을 없애고 어혈을 흩어지게 한다.
약리실험에서 여러 가지 세균과 아메바원충, 질트리코모나스에 대한 살균 및 살충 작용을 나타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세균성이질, 아메바성이질, 연주창, 학질, 코피, 무좀 등에 쓴다.
하루 9~15그램을 탕약, 산제, 환약 형태로 먹는다. 외용약으로 쓸 때는 생것을 짓찧어 붙인다. 뿌리 또는 전초를 잘게 썰어 구더기가 있는 데 뿌리기도 한다. 독성이 있으므로 용량에 주의하여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할미꽃 뿌리를 술에 담가서 류마티스 관절염, 신경통, 임파선염, 월경곤란 등에 쓴다. 줄기와 잎은 허리와 무릎 사지 관절의 풍통, 부종 및 심장통, 심장병, 시력증진, 코피 나는 것을 치료하는데 이용하며, 꽃은 학질, 대머리, 두창을 치료하고, 말린 열매는 강장제로 사용한다.
옛날에는 할미꽃 뿌리를 사약의 주재료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독이 있으므로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임산부가 복용하면 낙태할 수도 있다. 자연농업에서는 할미꽃뿌리를 주정에 우리거나 다려서 천연살충제로 이용한다.
할미꽃은 종자로도 번식이 잘 되는데, 파종 후 2주일이면 발아가 된다. 개화할 때까지 2∼3년이 걸린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04.1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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