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老姑壇:1,507m)은 천왕봉(1,915m), 반야봉(1,734m)과 함께 지리산 3대 준봉의 하나이다. 신라시대 때부터 제단을 만들어 산신제를 지냈던 영봉(靈峰)으로, 우리말로는 ‘할미단’이라고 한다. 산 아래 멀리서 봉우리를 올려다보면 거의 늘 하얀 구름이 정상을 감싸고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구례 터미널에서 6시 첫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성삼재에 올라서 노고단으로의 오름길에 들어서니 구름안개가 자욱하다.
먼저 물기를 머금은 선홍빛 붉은병꽃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꽃 모양이 병처럼 생겼다 하여 병꽃나무라고 한다. 붉은병꽃나무는 이름 그대로 꽃이 붉다. 이에 비해 병꽃나무는, 처음 꽃이 필 때는 녹황색 또는 우윳빛으로 시작해서 꽃이 질 때쯤에야 끝부분이 붉게 변한다.
노고단에 오를 때까지 병꽃나무와 붉은병꽃나무가 번갈아가며 얼굴을 내민다. 병꽃나무의 꽃 색깔은 그 때마다 일정치가 않다. 흰색에 가까운 것이 섞여 있는 경우도 있고, 겉은 우윳빛 그대로인데 안쪽만 붉은 것도 있다.
통상 붉은병꽃나무와 병꽃나무를 구분하는 방법은, 사진속 작은 이미지에서처럼 꽃을 밑에서 감싸고 있는 꽃받침이 중간부분에서 갈라지면 붉은병꽃나무이고, 완전히 갈라지면 병꽃나무라고 알려져 있다.
| ⓒ www.jadam.kr 2008-06-06 [ 유걸 ] 산딸나무. 4개의 흰색 조각은 포(苞)이며, 가운데 볼록한 것이 꽃차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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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오르자니 이제 꽃망울을 달기 시작한 노린재나무와 함박꽃나무(산목련)가 보인다. 낮은 산에서는 벌써 꽃을 피웠을 법도 한데 그만큼 산이 높은 탓이리라.
더 오르니 길 왼편에 꽃을 매단 산딸나무가 있다. 지난해에 왔을 때도 그렇더니만 이 산딸나무는 꽃이 만개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꽃지름이 3cm 내외로 보통 다른 산딸나무 꽃의 크기에 비해 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꽃잎처럼 생긴 4개의 흰색 조각은 꽃잎이 아니고 포(苞)라고 한다. 가운데 울퉁불퉁하게 생긴 것이 꽃차례로 가을이 되면 딸기 모양으로 붉게 익는다. 먹을 수는 있지만 딸기만큼 달지는 않다.
| ⓒ www.jadam.kr 2008-06-06 [ 유걸 ] 산딸나무는 층층나무과에 속하며 조경수로 많이 쓰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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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나무는 층층나무과에 속한 나무다. 잎 모양도 비슷하고, 층층나무처럼 다른 나무의 간섭을 받지 않은 곳에서는 가지가 층을 이루며 넓게 퍼져 자란다. 꽃과 열매가 보기 좋고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편이라 조경수로서 요즘에는 도심 공원이나 아파트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더러는 외국에서 들여온 산딸나무도 있다. 미국산딸나무 또는 꽃산딸나무라고 불려진다. 흰색 포가 우리 산딸나무처럼 뾰족하지 않고 둥글거나 끝이 뭉특하게 말리며 약간 분홍색을 띤다. 열매모양도 딸기모양과 달라 구분이 가능하다.
가까운 곳 나무 그늘 아래에는 물참대가 순백의 하얀 꽃무리를 눈부시게 펼치고 있다. 꽃 하나하나가 마치 보석 같다. 물참대는 댕강말발도리라고도 한다. 산행 중에 흔하게 만나는 매화말발도리 꽃이 종 모양인 것에 비해 물참대 꽃은 매화꽃처럼 둥글넓적하다.
잎은 마주나고 긴 타원형이다. 짙푸른 잎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물참대 꽃은 유난히 맑고 깨끗하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보는 이의 마음까지 맑아지는 것 같다. 순결을 표상하는 색이 있다면 단연 이런 색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06.0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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