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대피소에 들려 물을 마셨다. 대여섯 명의 등산객이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다. 아마도 새벽부터 화엄사에서 올라온 모양이다.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다른 등산객 두 명이 그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는 산을 내려간다. 이제 종주를 시작하는 사람들과 종주를 마치고 산을 내려가는 사람들이 작별의 손을 흔든다. 설렘과 아쉬움, 안쓰러움과 부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돌탑이 있는 노고단 안부에 올랐다. 구름에 가려 노고단 정상은 흐릿하고, 반야봉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주능선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바람은 없지만 기온이 차다. 노고단 정상으로의 출입통제 문에 10시부터 개방이 된다고 적혀있다. 두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그 시간동안 야생화를 찾아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 ⓒ www.jadam.kr 2008-07-02 [ 유걸 ] 꽃잎이 오리주둥이를 닮았다 하여 오리난초로도 불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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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서 꽃이 반쯤 시든 처녀치마 몇 개체를 발견했다. 풀과 섞여 있어 어지간해서는 등산객들 눈에 띄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주변에 꽃잎이 오리주둥이를 닮았다 하여 오리난초로도 불리는 나도제비란이 드문드문 나 있다. 역시 몸집이 작아서 굳이 찾는 사람이 아니라면 발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10여cm 남짓으로, 부채꼴 모양의 긴 타원형 뿌리 잎 한두 개가 붙어 나고 그 위로 꽃대가 나와 연홍색 꽃이 달린다. 오리주둥이 모양의 아래 꽃잎에는 진한 홍색 반점이 빼곡히 박혀 있다. 난초 특유의 수려함이나 세련된 모습을 찾을 순 없지만 나름 귀여운 구석이 있다. 숲의 그늘진 곳에서 자란다.
다른 곳, 역시 길가에서 금강애기나리와 만났다. 처음 강원도 진부에서 발견되었다고 하여 진부애기나리라고도 불린다. 주로 깊은 산에서 자란다. 전체적인 외관은 애기나리와 많이 닮았다. 그러나 꽃에서 차이가 있다. 애기나리 꽃은 흰색으로 줄기 끝에 한 두 송이가 밑을 향해 달린다.
반면 금강애기나리 꽃은 연녹색 바탕에 자잘한 자주색 반점이 있다. 6장의 꽃잎 끝은 대체로 뒤로 말리며, 줄기 끝에 1~3송이가 위를 향해 핀다. 고개 숙인 순백의 애기나리 꽃이 동양적이라면, 잔뜩 치장을 한 것 같은 금강애기나리 꽃은 어딘지 이국적이다. 그러나 열매는 둘 다 검은색으로 둥글게 익는다.
| ⓒ www.jadam.kr 2008-07-02 [ 유걸 ] 줄기에 하얀 솜털이 덮여있어 풀솜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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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그늘 이곳저곳에는 이제 꽃을 매달기 시작한 풀솜대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멀리서 보면 하얀 솜뭉치 같은 꽃차례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6개의 꽃잎과 수술을 가진, 5mm 내외의 작은 꽃들로 이루어져 있다. 열매는 빨갛게 익는다. 비스듬히 자라는 줄기에는 하얀 솜털이 덮여있다. 풀솜대라는 이름이 붙은 연유이다.
풀솜대를 지장보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라도 구례지역에서 불리던 이름이었는데, 이영노 박사의「한국식물도감」에 이름이 실리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지장보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진 연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이름만큼이나 민초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풀로 오래도록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07.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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