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동천의 끝자락에 위치한 의신마을에서 대성골을 거쳐 세석평전으로 향한다. 이곳 대성골 계곡은 빨치산 전투의 최후 격전지로 피가 어린 비극의 현장이지만, 2008년 7월 하순 지금의 골짜기 숲은 그저 무성하고 바위들을 부딪고 흘러내려가는 계곡물소리만이 요란하다.
숲에 가려 햇살은 보이지 않는데 덥다. 무지 덥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등짝에 땀이 솟구쳐 흐른다.
두 가구가 등산객을 상대로 숙식을 제공하는 원대성 조금 못 미친, 바위가 흘러내린 곳에서 바위채송화 무리와 만났다. 바위 틈 이곳저곳에 옹기종기 모여 나뭇잎 사이로 이따금 들이치는 햇살을 해바라기 하고 있다. 잎과 줄기 등 전체적인 외관이, 우리가 흔히 아는 채송화를 닮아서 바위채송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꽃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10여cm 내외의 줄기 끝에 한여름 취산꽃차례로 달리는 바위채송화 꽃은 노란색이다. 돌나물의 꽃과 닮았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5개의 노란색 꽃잎에 10개의 수술이 올망졸망 모여 있어 하나하나가 별처럼 반짝인다.
잎은 어긋나고 길이 1cm내외로 줄 모양이며 육질이다. 비슷하면서도 잎 끝이 좀 둥근 모양으로 바닷가 바위에 자라는 것은 땅채송화라고 한다.
조금 더 진행한 곳에서 자칫 그냥 지나쳤을 뻔한 계요등과 만났다. 어디에서나 비교적 흔하게 자생하는 덩굴식물이지만, 숲이 무성한 여름에 꽃이 달리는 까닭에 꽃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무리지어 달리는 꽃 또한 그 크기가 1cm 내외로 작다.
그러나 꽃은 작아도 나름으로 개성이 있다.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수십 개가 모여 핀다. 우윳빛 통모양의 꽃 안쪽은 자주색이며, 화관 끝이 살짝 5갈래로 갈라진다.
계요등을 다른 이름으로 구렁내덩굴이라고도 한다. 계요등(鷄尿藤)이라는 이름도 ‘닭의 오줌냄새 나는 덩굴’이라는 뜻이니 분명 독특한 냄새가 나는 모양이다. 그러나 사진 찍는 내내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지만 별다른 냄새를 맡진 못했다.
덩굴에 달리는 잎은 마주나고 달걀처럼 생긴 바소꼴로 끝은 뾰족하고 밑부분은 심장 모양이다. 열매는 지름 5∼6mm의 공 모양이며 9∼10월에 노란빛을 띤 갈색으로 익는다.
원대성을 지나 두 개의 다리를 건너서는 산길은 더욱 원시의 밀림 속으로 빠져든다. 오가는 등산객도 없다. 오직 쿵쾅거리며 아래로 아래로 내닫는 물소리만이 더위에 지친 나의 육체를 채근한다.
길가 여기저기 산수국이 자신의 계절인양 절정의 자태를 뽐낸다. 꽃은 흰색 바탕에 하늘색이 대분이지만 다소 붉은 빛을 띠는 것도 있다. 관상용으로 정원에서 기르는 수국모양 색 변이가 심하다.
산수국의 꽃은 특이하게 이중구조로 되어있다. 손바닥만한 꽃무리의 가운데에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자잘한 양성화들이 달려 있고, 그 주위로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무성화가 달려있다.
주변의 무성화는 꽃받침조각이 3∼5개이며 꽃잎처럼 생겼다. 목적이 달성되면 무성화는 뒤로 말리며 점차 녹색으로 변한다. 무성화의 꽃받침에 톱니가 있는 것을 따로 꽃산국이라고 부른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07.30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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