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골을 거슬러 능선을 타고 한참을 오르니 집채만 한 바위가 나타난다. 음양수샘이다. 옛날 연진이란 여인이 아이를 갖기 위해 이물을 마셨다가 산신령의 노여움을 사서 평생 세석철쭉밭을 일궈야하는 벌을 받았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음양(陰陽)의 조화를 갖춘 신비한 물이라 하여 과거에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고 하나 지금, 바위 밑을 졸졸 흐르는 물은 수량도 적을뿐더러 이끼가 끼어 있어 차마 목을 축이진 못했다.
가까운 곳에 모싯대가 있다. 길가에 늘어진 싱그러운 종모양의 연보라색 꽃에선 찰랑찰랑 소리가 나는 것 같다. 모싯대와 잔대는 꽃이 비슷해 헷갈리기 쉽다. 둘 다 보라색의 꽃이 차례를 이뤄 달리며 도라지 같은 뿌리가 있다. 그러나 잎에서 차이가 난다. 잔대는 줄기에 엄지손가락 굵기의 잎 3~5개가 돌려나는 데 비해 모싯대는 달걀모양의 심장형 잎이 어긋나게 달린다.
모싯대는 깊은 산 속 다소 그늘진 곳에서 자란다. 높이는 40∼100cm 정도이다. 줄기를 자르면 하얀 진이 나온다. 모싯대 잎은 봄철 맛난 산나물 중의 하나이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치거나 말려 묵나물을 해서 먹으면 맛과 향이 그만이다. 뿌리는 식용하기도 하고, 생약명을 ‘제니’라 하여 해독 및 거담제로 사용한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모싯대라고 한다.
음양수샘을 지나 세석평전으로 가는 길에 이따금 꽃며느리밥풀이 눈에 띤다. 언제보아도 입술 같은 붉은색 꽃잎에 밥풀처럼 붙은 2개의 흰무늬가 애틋한 마음을 지어내게 만든다.
오래전 한 새댁이 혹독한 시집살이를 하고 있었단다. 하루는 새댁이 밥에 뜸이 잘 들었는지 보기위해 밥알 몇 알을 입에 넣었다가, 어른들도 손대지 않은 음식에 먼 저 손을 대었다하여 맞아 죽게 되었다. 그 후 새댁이 죽은 무덤에서 꽃며느리밥풀 꽃이 피어났다고 전해진다. 높이 30∼50cm로 산지의 볕이 잘 드는 숲 가장자리에서 자란다.
다음날 세석산장에서 1박하고 벽소령으로 향하는 길 이곳저곳에 지리터리풀이 화사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터리풀 꽃이 흰색인데 비해 지리터리풀 꽃은 짙은자홍색 꽃받침에 분홍색 꽃이 어우러져 그 화사함이 어떤 꽃에도 뒤지지 않는다. 지리산을 대표하는 꽃의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지리터리풀을 꼽을 것이다.
지리터리풀은 키 1m 내외로 지리산 주능선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손바닥모양으로 달리는 넉넉한 줄기 잎 또한 보기가 좋다. 7~8월에 피는 꽃은 다소 엉성하게 모여 피는데 자잘한 꽃망울과 솜털 같은 꽃잎이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한여름 지리산 종주에 나선 지친 등산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청량제가 되리라.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08.2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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