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뒷산에 올랐다. 한여름에 웃자란 풀과 잡목이 임도를 덮어버릴 정도로 무성하다. 서너 그루의 나무를 타고 올라 뒤덮은 칡덩굴이 그마저도 성에 차지 않는지 아래 잡목과 풀을 타고 나와 길 한가운데로 뻗쳐있다.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세다. 그래도 검은 머리에 드문드문 새치가 생겨나듯이, 가을꽃들이 하나둘씩 피기 시작한다.
이따금 길가에 짚신나물이 눈에 들어온다. 절정기를 넘긴 때이지만 하늘하늘 가느다란 줄기에 이삭처럼 달린 노오란 꽃잎들은 여전히 아름답다.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는 털투성이 열매가 부풀어 올랐다.
열매에 달린 가시털이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짐승에 달라붙어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옛날 짚신에 이 열매가 유난히 잘 들러붙어 짚신나물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 ⓒ www.jadam.kr 2008-09-11 [ 유걸 ] 잎은 5∼7개의 작은잎으로 이루어진 깃꼴겹잎, 끝의 3장의 잎이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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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습성 때문에 짚신나물은 동물의 왕래가 많은 길가 풀밭에서 주로 자란다. 높이는 30∼100cm 정도이고 전체에 털이 있다. 잎은 5∼7개의 작은잎으로 이루어진 깃꼴겹잎이다. 끝에 달린 작은잎 3개는 크기가 비슷하고 아래쪽으로 갈수록 작아진다. 긴 타원 모양 또는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으로 양끝이 좁으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잎자루 밑에는 반달모양의 턱잎이 있다. 꽃은 여름철에 노란색으로 피고 줄기와 가지 끝에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열매는 길이가 3mm 정도로 꽃받침에 싸여 있는데, 꽃받침에 있는 갈고리 같은 털 때문에 물체에 잘 붙는다.
우리나라에는 짚신나물과 산짚신나물 2종이 자란다. 산짚신나물은 짚신나물에 비해 턱잎이 크고 꽃이 소수로 성기게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짚신나물에는 여러 가지 영양물질이 고루 들어 있다. 배추나 상추와 비교해 보면 ‘단백질과 당질은 4배 이상, 지질은 5배 이상, 섬유질은 15배 이상, 철분은 10배 이상 많고 특히 비타민C는 상추보다 13배 이상 많다.’고 한다.
한방에서 뿌리를 제외한 전초를 용아초(龍芽草)라 하여 각종 출혈 증상에 사용한다. 유럽에서는 이와 비슷한 종을 만성인두염·설사·신장결석·담석증 등에 사용한다.
| ⓒ www.jadam.kr 2008-09-11 [ 유걸 ] 여름철 꽃이 필 때 전초를 베어 햇볕에서 말려 약재로 사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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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학사전」에서는 낭아초(狼牙草) 또는 용아초(龍芽草)에 대해서,
‘장미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인 짚신나물의 전초를 말린 것이다. 짚신나물은 각지의 산과 들판에서 널리 자란다. 여름철 꽃이 필 때 전초를 베어 햇볕에서 말린다. 맛은 쓰고 떫으며 성질은 평하다. 폐경, 간경, 비경에 작용한다. 출혈과 설사를 멈추고 해독하며 헌데를 잘 아물게 하고 살충한다. 약리실험에서 낭아초탕약이 지혈작용(비타민 K, 탄닌, 아그리모놀), 항암작용, 소염작용, 지사작용을 나타내고 알코올 추출물과 성분 아그리모놀리드는 강심작용과 승압작용을 나타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그리모놀은 조충과 트리코모나스도 죽인다. 코피, 각혈, 토혈, 요혈, 자궁출혈, 설사, 이질, 학질, 위암, 식도암, 대장암, 간암, 자궁암, 방광암, 트리코모나스성질염, 부스럼 등에 쓴다. 하루 9~15그램, 신선한 것은 15~30그램을 탕약, 산제 형태로 먹거나 생즙을 짜서 먹는다. 외용약으로 쓸 때는 짓찧어 붙인다.’고 적고 있다.
「약초의 성분과 이용」에서는, ‘자궁경부암 조직에서 분리 배양한 암세포에 짚신나물 전초 물 추출액을 작용시킨 결과 암세포가 100% 억제되고 정상세포는 2배로 늘어났다’는 실험결과가 있었다고 적고 있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09.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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