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이곳 하동 악양에는 눈이 귀한 반면 바람이 무척 드세다. 건너편 광양 쪽 백운산 자락을 타고 섬진강을 건너온 북서풍이 높은 산으로 에둘린 악양벌에서 회오리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즘에는 그 드센 바람을 타고 인근 산에서 휑한 줄기에 붙어있던 칡 꼬투리가 뒷밭 텃밭이며 잔디 마당에 눈에 띄게 날아온다.
콩과식물답게 칡 꼬투리는 콩깍지 모양 그대로다. 다갈색 꼬투리에는 빛을 받으면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털이 무척 많이 달려있다. 종자는 수수알갱이 정도의 크기인데, 열 칸 내외의 깍지에 실한 것 서너 개가 들어있다. 바짝 마른 꼬투리는 매우 가벼운 데다 두터운 털로 덮여 있어 바람에 쉽게 날아간다.
이렇게 날아간 종자는 햇빛만 있다면 밭이든 마당이든 길이든 어디든지 가리지 않고 뿌리를 내리고 왕성하게 성장을 한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귀찮은 존재이지만 번식력만큼은 알아줘야 한다.
칡은 종자로서만 아니라 사방으로 뻗어나간 줄기가 흙과 맞닿은 곳에서 새로운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한번 칡이 자리를 잡게 되면 퇴치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 ⓒ www.jadam.kr 2009-01-21 [ 유걸 ] 겨울철 빈 줄기에 달려있던 칡꼬투리가 바람에 멀리 퍼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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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밑동 줄기는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고 매년 굵어진다. 사방으로 뻗어가면서 경사면을 타고 오르거나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간다. 어긋나기로 달리는 잎은 세 장의 쪽잎으로 이뤄져 있고 잎자루가 길다.
여름 끝자락이 되면 뻗어나간 줄기마다 잎겨드랑이에서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 꽃차례가 위를 향해 달린다. 나비 모양의 꽃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난다.
뿌리는 오래된 것일수록 굵고 깊게 땅속에 박혀 있다. 섬유질과 녹말이 많이 들어 있다. 이 녹말을 갈분(葛粉)이라 하여 국수나 냉면, 떡을 만들 때에 쓰기도 하고, 즙을 짜거나 삶아서 음료로 이용하기도 한다.
억센 줄기로는 섬유질을 뽑아내어 갈포(葛布)나 갈포벽지를 만들며 어린순은 나물을 해 먹기도 한다. 특히 어린순에는 식물 성장을 촉진하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이를 설탕과 버무려 발효시킨 효소는 농작물이나 성장기 아이들의 발육 촉진에 유용하게 이용할 수가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갈근(葛根, 칡뿌리)에 대해서,
‘성질은 평(平)하고(서늘하다[冷]고도 한다) 맛은 달며[甘] 독이 없다. 풍한으로 머리가 아픈 것을 낫게 하며 땀이 나게 하여 표(表)를 풀어 주고 땀구멍을 열어 주며 술독을 푼다. 번갈을 멈추며 음식 맛을 나게 하고 소화를 잘 되게 하며 가슴에 열을 없애고 소장을 잘 통하게 하며 쇠붙이에 다친 것을 낫게 한다.
족양명경에 인경하는 약이다. 족양명경에 들어가서 진액이 생기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한다. 허해서 나는 갈증은 칡뿌리가 아니면 멈출 수 없다. 술로 생긴 병이나 갈증이 있는데 쓰면 아주 좋다. 또한 온학(학질의 일종)과 소갈(消渴)도 치료한다.’ 고 적고 있다.
| ⓒ www.jadam.kr 2009-01-21 [ encyber.com ] 뿌리는 오래된 것일수록 굵고 깊게 땅속에 박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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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펴낸 「약초의 성분과 이용」에서는 칡에 대해서,
‘덩굴뻗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밤색 털이 있다. 잎은 둥근 쪽잎이 3개 모인 겹잎이다. 여름철에 보라색 꽃이 핀다. 열매는 밤색 털이 있는 꼬투리이다. 각지의 산지대, 산골짜기, 산허리, 산기슭의 양지에서 자란다. 꽃은 따서 그늘에서 말리고, 뿌리는 이른 봄 또는 늦은 가을에 캐어 물에 씻은 다음 겉껍질을 벗겨 버리고, 긴 것은 자르고 굵은 것은 쪼개어 햇볕에 말린다.
동의치료에서 뿌리는 발한 해열약, 진경약으로 열병에 쓰며 목 안이 마르고 머리가 아플 때, 감기로 머리와 목이 아플 때, 편도염, 급성 중이염에 쓴다. 또한 소갈병, 열이 나고 게우며 머리가 아프고 속이 답답한 데, 목과 어깨가 뻣뻣한 데, 그리고 어혈을 풀고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쓴다. 꽃은 열을 내리고 가래를 잘 나오게 하며 피날 때와 술독을 푸는데 쓴다. 또한 대장염, 악성 종양 치료에도 쓴다.’ 적고 있다.
특히 칡 속에 들어있는 다이드제인(daidzein)은 이소플라본(isoflavone)의 일종으로 항암효과와 항산화 효과를 나타내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어 각종 만성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에서 에스트로겐의 화학구조와 유사한 이소플라본이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서 작용하여 뼈 손실 억제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갱년기증상 및 골다공증에 효과가 좋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9.01.2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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