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에 남해 바닷가 야산으로 천문동을 찾아 나섰다. 물이 빠진 바닷가에는 아직 새파란 잎을 달고 있는 번행초가 있고 해홍나물이며 갯질경이도 있었다. 해홍나물 잎을 깨무니 짭조름한 맛이 그 자체 양념이 필요 없는 나물이었다. 처음 보는 갯질경이의 자잘한 노란꽃이 햇빛을 받으니 사금처럼 반짝인다. 감국도 여럿 눈에 들어온다. 방조제 둑에는 흔히 야관문이라고 일컫는 비수리가 열매를 달고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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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동이 있는 곳은, 바닷가에 인접한 야산으로 숲 그늘이 비교적 짙은 곳이었다. 조금 떨어진 경사면 아래에는 파도가 일렁인다. 아직 푸른빛을 잃지 않은 솔 모양의 천문동 줄기가 이곳저곳에 눈에 띈다. 아마도 어느 한 개체에서 씨앗이 퍼져나간 것이리라. 줄기 굵기는 2~3mm 내외에 길이는 1.5m 정도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늘이 짙어서인지 원줄기 외에 가지는 빈약했다.
몇 개체의 뿌리를 파 보았다. 예상대로 덩이뿌리 다발이 무성하지는 않았다. 대체로 10~20여 개의 손가락 굵기의 덩이뿌리가 달려 있다. 투명한 빛이 도는 것은 올해 생긴 것일 테고 오래된 것일수록 색깔이 탁하고 겉껍질이 쭈글쭈글하다. 오래되어 검게 썩어가고 있는 것도 있었다. 굵고 싱싱한 몇 개 덩이뿌리만 떼어내고 나머지 덩이뿌리 다발은 다시 묻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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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동(Asparagus cochinchinensis)은 백합과 비짜루속(Asparagus)에 속하는 식물로 우리나라 서남부 해안가 산기슭에서 주로 자란다. 같은 속에 비짜루, 방울비짜루 등의 유사 식물이 있고, 식용으로 재배하는 아스파라거스가 있다. 천문동은 덩굴성이며 길이 1~2m 정도로 길게 자란다. 잎 모양의 잔가지는 길이 1~2cm, 폭 1~1.2mm로서 활처럼 굽으며 줄기에 1~3개씩 모여 달린다. 퇴화한 잎은 미세한 막질 또는 짧은 가시로서 줄기에 흩어져 난다. 줄기에 가시가 있으면 천문동, 없으면 비짜루로 흔히 둘을 구분한다.
5~6월에 담황색 꽃이 1~3개씩 잔가지 겨드랑이에 모여 핀다. 꽃자루는 중앙부에 관절이 있으며 꽃잎과 길이가 거의 같다. 꽃잎은 6개로 좁은 선상 타원형이고 수술은 꽃잎보다 짧다. 암술대는 3개로 갈라진다. 과실은 장과로서 구슬 모양의 흰색이며 그 속에 1개의 검은색 종자가 들어 있다. 땅속으로 5~15cm 크기의 방추형의 덩이뿌리가 사방으로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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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이 덩이뿌리를 먹을 것이 없을 때 식용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주로 약용한다. `호라지(비)좆`이라는 별난 별명도 붙어 있다. 뿌리에는 asparagine, 점액질, β-sitosterol 및 5-methoxymethyl-furfural 등이 들어 있고, 고미(苦味)(고미) 성분은 steroidsaponin으로, smilagenin, rhamnose, xylose, 포도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의학사전」에서는 천문동에 대해서,
“가을 또는 봄에 덩이뿌리를 캐서 잔뿌리를 다듬어 버리고 증기에 찐 다음 껍질을 벗겨 버리고 건조실에서 말린다. 맛은 달고 쓰며 성질은 차다. 폐경, 신경에 작용한다. 폐, 신의 음을 보하고 열을 내리며 기침을 멈춘다. 약리실험에서 성분 아스파라긴이 거담작용, 진해작용, 항암 작용, 약한 이뇨작용을 나타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덩이뿌리가 폐렴 쌍구균을 비롯한 그람양성균에 대한 억균작용을 나타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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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 허하여 미열이 있으면서 갈증이 나는 데, 소갈병, 마른기침, 백일해, 토혈, 변비 등에 쓴다. 일반 허약자의 보약으로도 쓴다. 하루 6~12g을 탕약, 고제, 환약 형태로 먹는다. 설사하는 데는 쓰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무분별한 채취로 자생지에서 천문동이 멸종 위기에 처해졌다고 하는데 씨앗으로 대량 재배에 성공한 농가들이 생겨나고 있으니 희망적이다. 하루 빨리 재배 기술과 종묘, 종자가 널리 보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번식은 가을에 익은 열매를 채취해서 과육을 제거하고 직파하든가 젖은 모래와 함께 땅에 묻어 두었다가 봄에 파종한다. 이른 봄에 포기를 캐내어 뿌리에 1~2개의 싹을 붙여서 쪼개어 심는 것도 방법이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1.11.1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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