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나니 대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완연히 다르다. 코끝에 봄내음이 느껴진다. 얼었던 대지도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부풀어 올랐다. 추위에 불그죽죽하게 오그라들었던 풀들도 봄물이 올라 제법 생기발랄하다.
그중 아무 데나 지천이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지칭개의 풀색이 가장 좋다. 지칭개는 가을에 일찍 싹을 틔우고 뿌리잎으로 겨울을 나는 두해살이풀이다. 두해살이풀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방석 모양의 잎으로 땅바닥에 바짝 기대어 추운 겨울을 이겨낸다.
| ⓒ www.jadam.kr 2012-02-16 [ 유걸 ] 지칭개는 가을에 일찍 싹을 틔우고 뿌리잎으로 겨울을 나는 두해살이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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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 모양의 뿌리잎은 뒷면에 흰색 털이 빽빽하고 깃꼴로 잘게 갈라지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줄기 중간에 달린 잎은 긴 타원 모양이고 잎자루가 없으며 깃꼴로 깊게 갈라지고 위로 올라갈수록 크기가 작아져서 줄 모양이 된다.
겨우내 힘을 비축한 지칭개는 봄이 되면 재빨리 줄기를 올린다. 가지 갈래도 많이 낸다. 그리고 5∼7월에 줄기와 가지 끝에 다닥다닥 꽃을 매단다. 꽃은 옅은 분홍색으로 어른 새끼손가락 끝마디만하다. 엉겅퀴처럼 꽃잎 없이 암수술로만으로 이루어진 작은 꽃들이 뭉쳐 있다.
꽃뭉치를 받치고 있는 꽃싸개(총포) 조각은 8줄이다. 조각은 둥글며 윗부분에 돌기가 있고 거미줄 같은 흰색 털이 있다. 씨앗은 긴 타원형이다. 흑갈색이며 15개의 모가 난 줄이 있다. 열매가 익어 벌어지면 각각의 씨앗은 갓털에 의지해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 ⓒ www.jadam.kr 2012-02-16 [ 유걸 ] 5∼7월에 연분홍색 꽃을 가지 끝에 다닥다닥 매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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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에 빼곡하게 달리는 꽃을 생각하면 씨앗의 양은 실로 대단하다. 그래서 도시에서 내려온 서툰 농부가 게으름을 피워 한 두 해 밭을 방치하면 다음 2~3년은 농사가 더욱 힘들다. 지칭개와 같은 잡초들이 쏟아낸 씨앗들로 밭이 종자은행(시드뱅크)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나름 단속한다고 꽃이 달린 지칭개를 예초기로 베어버려도 베어진 채로 열매가 익어 거기서도 씨앗을 날린다.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은 참으로 심란하다. 인간 세계에 빗대면 지칭개는 욕심이 많은 풀이다. 그렇기에 지칭개로서는 성공적으로 영역을 넓혀갈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 쓴맛이 강하기 때문에 데쳐서 우려내고 무친다. 씹히는 질감이 좋아 나물로 손색이 없다. 주변에 지천으로 있어 구하기도 쉽다. 지칭개란 이름은 예전에 상처 난 곳에 잎과 뿌리를 짓찧어 바르던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 ⓒ www.jadam.kr 2012-02-16 [ 유걸 ] 겨우내 힘을 비축한 지칭개는 봄이 되면 재빨리 줄기를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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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서는 뿌리를 제외한 식물체 전체를 이호채(泥胡菜)라고 하여 약재로 쓴다. 여름과 가을에 채취하여 깨끗이 씻은 후 햇볕에 말린다. 맛은 쓰고 매우며 약성은 차다. 열을 내리고 해독하며 부기를 가라앉히고 어혈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
치루, 옹종, 유방염, 임파선염, 외상 출혈, 골절을 치료한다. 민들레와 같이 달여서 복용하거나 짓찧어 붙인다. 최근에는 항암식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늘고 있다. 사람들은 으레 높은 산 깊은 계곡에 들어가야만 귀한 약초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위에 흔한 잡초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 나름의 효능이 있고 무엇보다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흔한 것일수록 번식력과 생명력이 왕성하고 병해충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것이므로 약효로서의 효능도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집에서 관상용으로 키우려면 종자를 받아 바로 뿌리거나 종이에 싸서 냉장보관 후 이듬해 봄에 뿌린다.
유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2.02.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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